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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lumn

[ 투데이 窓 ] 한 원로 사업가의 기업 비전에 대한 회고

관리자 2023-06-22 조회수 847
얼마 전 필자는 오랜 기간 알고 지낸 한 노(老)사업가를 만나 애환 담긴 사연을 들었다. 창업 후 20여년간 자식처럼 키우고 일궈온 회사를 매각했다는 것이다. 그는 '시원섭섭하다'는 표현으로 감회를 밝혔다. 시원한 부분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영여건과 기업 생존의 압박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을 뜻했고 섭섭한 부분은 긴 안목이 아닌 돈벌이를 위한 근시안적 경영을 지적했다. 즉 자신은 기업의 비전을 허울 좋은 말장난으로 경시했고 한 번도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. 그 결과 어느 순간 기업경영의 목적을 상실했고 기업승계의 당위성도 찾지 못해 결국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.


비전을 논하기 앞서 우선 기업에서 혼용되는 용어들에 대한 정의(定義)가 필요하다. 비전과 가장 많이 혼용되는 건 아이덴티티, 미션, 전략이다. 여러 사전과 기관, 기업, 학회에서 정의하는 의미는 '대동소이'하지만 한 기업을 특정 짓는 공통분모를 접목한 정의로 표현하면 ①아이덴티티(Identity)는 기업의 '설립이념'이다. 헬스케어 기업에선 '인류 생명연장과 건강공헌'이나 '미충족 수요(Unmet needs)질환 극복' 등이 해당한다. ②비전(Vision)은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기업이 장기적으로 나아갈 비욘드(Beyond), 즉 지향점이며 ③미션(Mission)은 비전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과제④전략(Strategy)은 미션을 실행하고 추진하는 방안이다.

전술했듯 아이덴티티는 회사 설립이념이기 때문에 함부로 변경할 수 없다. 하지만 비전은 시대적 요구와 국내외 환경, 주요 경영진, 사업부문의 변화에 따라 수정 및 보완이 필요하다. 그렇기에 유연하고 최적화한 비전수립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.


이러한 맥락에서 회사를 매각한 노사업가도 경영활동 중 비전부재로 인한 3가지 아쉬움을 회고했다.

첫째, 임직원의 소속감 저하다. 자산이나 매출증대와 같은 재무제표에 집중한 나머지 근시안적 경영목표를 반복하게 됐고 그 결과 회사 임직원이 회사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했다는 점이다.

둘째, 기업경영에 대한 동기부여 감소다. 장기적 안목의 비전부재는 과거와 달리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정부정책, 고도경쟁에서 기업 구성원의 번아웃이 빨리 올 수밖에 없다. 기업활동은 100m 단거리 경주가 아닌 42.195㎞ 마라톤 경주이기 때문이다. 장기목표를 임직원과 공유함으로써 동기부여도 지속적으로 쌓아갈 수 있다. 

셋째, 승계경영에 대한 정당성 결여다. 승계경영의 정당성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 한 가정의 가훈(家訓)처럼 그 비전의 의미를 이해하고 오랜 노력의 결실로 획득할 수 있다. 비전의 부재는 승계경영을 위한 준비과정과 기업교육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.


기업경영 활동은 물론 기업가치 제고에도 중요한 비전수립의 요건은 크게 3가지다.

첫째, 기업의 설립이념, 즉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유사성, 동질성이 있어야 한다. 이를 통해 기업의 유무형 자산을 하나로 집중해 더 큰 성과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. 둘째, 기업 구성원이 모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명쾌하고 포괄적인 단순한 개념이어야 한다. 기업활동은 다양한 조직의 구성원들로 운영되는 만큼 포괄적 가치가 필요하다. 셋째, 시대적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함이 있어야 한다. 유연하지 못한 비전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.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오히려 기업활동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.


최근 국내 헬스케어업종에서는 작지만 강력한 변화가 일고 있다. 바로 창업자들의 회사매각이다. 지금은 진단, 임플란트, 레이저장비 등 의료기기 분야에 국한되지만 더 나가 전통제약, 신약개발 분야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.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면 기업을 유지하든 매각하든 그 결과가 후회 없는 결정이 될 것이다.